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 요르단으로 출국했다. 10월 10일과 15일 예정된 A매치 두 경기(요르단전, 이라크전)를 치르기 위해서다. 스케줄에 별 차질은 없었고 홍 감독의 선수 발탁까지 원활하게 이뤄졌다.
한 마디로,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서 권리를 수행하는데 현재까지는 아무 걸림돌이 없다는 뜻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는 앞서 지난 2일 대한축구협회 관련 감사를 중간보고했다. 축구협회 관련 여러가지 산적한 문제들 가운데 문체부는 홍명보 감독 선임 특혜에 초점을 맞추고 브리핑했다.
이 날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있어) 면접 과정도 불투명하고 불공정하다"며 "감독을 내정 및 발표한 후 이사회 선임 절차는 형식적이다. 참관인 없이 단독으로 늦은 밤 자택에서 면접 진행 중 감독직을 요청하는 등 상식적인 면접 과정으로 보기 어렵다. 독대한 상황에서 실제 면접이라는 행위 자체가 이뤄졌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 감사관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전력강화위원회 구성원도 아니고,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위촉된 바도 없으며, 축구 국가대표팀 규정상 감독 추천 권한이 없다"고 뚜렷하게 강조했다.
또 문체부는 "전강위 회의에서 이임생 이사가 권한을 이임받은 적이 없다"며 "홍명보가 1순위인 것처럼 말했지만 다른 감독과 동표를 얻었고 정해성 위원장은 후속조치를 요청했던 적이 없다. 이임생 이사에게 감독 추천 권한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문체부의 지적에 축구협회는 대부분의 감사 내용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문을 대중에 공개하며 압박 수사에 항의 의사를 전했다.
축구협회가 FIFA로부터 받은 공문에는 FIFA 회원 협회가 준수해야 할 의무와 규정이 기재되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는 이 중 FIFA 정관 15조의 '어떤 정치적 간섭으로부터도 독립되어야 한다'는 정관에 초점을 맞추고 행정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축구협회는 "감독추천권한이 없는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결정을 추진했다고 하는데, 이는 기술총괄이사가 전강위가 행하는 추천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전강위 업무가 마무리 된 가운데 기술총괄이사가 추천된 후보와 면담 및 협상을 진행한 것"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감독 선임 및 추천 권한이 없는' 이임생 이사가 홍명보 감독과 면접을 본 것이 아니라 사실상 읍소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특정 후보군에 힘을 실었다는 문제 제기 또한 충분히 가능하다. 또 지난달 국회 현안 질의를 통해 전력강화위원에게 자신의 결정을 회유하는 듯한 메시지 내용이 공개되며 축구협회의 대변과는 모순되는 정황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김판곤 울산 HD 감독이 "월드컵에 나가지 못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는 옹호성 발언을 내놓으며 축구협회와 원로 축구인들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에 불씨가 더해졌다.
하지만 문체부는 축구협회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며 "내부 토론을 거친 결과 과정에는 하자가 있지만 그렇다고 홍명보 감독과의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실상 선임 무효를 강제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문체부 역시 FIFA 규정상 정부가 협회 권한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징계를 받을 수 있는 부분에 염두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의 자정능력에 기댄다는 의미지만, 현재 자정능력을 잃어버려 국회 감사까지 온 협회 행정 현황을 봤을 때 큰 변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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